‘남동생과 고추를 따러 밭에 갔다.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여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비 맞으면 안 된다면서 창고 안에 들어가 문을 꽉 닫아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한국심리학회 상담 및 심리치료학회 편, 만남과 성장-상담사례연구- 학지사, pp.17-18 참조) <앞부분 후반부>
상담자는 이 트라우마적 꿈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하여 연상기법※을 사용한다.
※연상기법은 처음 프로이트에 의해서 개발되었다. 편안하고 안전한 상황에서 내담자에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묻는 기법이다.
상담자 : 비를 생각하면 무엇이 생각나세요?
내담자 : 비를 생각하면 생각나는게 있어요. 아이가 3개월도 안 되었을 때 남편은 타락한 사람처럼 계속 술을 퍼마셨어요. 어느 날 술집에 가서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심하게 싸웠어요.
그때 남편이 내 목을 꽉 조였어요. 죽을 것 같았죠. 눈이 뒤집혔어요. 그때 시동생이 들어와 남편을 뿌리쳤어요. 그 순간 내가 죽지 않을까하는 공포심이 들었어요.
또 배가 나가고 갑자기 해일이 일어나고 바람이 불면 참 겁이 났어요. 어느날 다른 배들은 다 들어왔는데, 우리 배는 안들어왔어요. 남편이 탄 배가 가장 작은 배였죠. 나는 초죽음 상태가 되었어요. 배가 침몰되었다고 생각하니 울 정신도 없었어요. 나는 가끔 멍하게 울지도 못했어요.
큰 해일까지 쳤으니까요. 그때가 오후 4시경이었어요. 배가 들어오더군요. 기적이었죠. 남편이 배를 13년간 타다보니 비가 오고 바람이 불때마다 초조하고 항상 걱정이 들어요. 불안해요.
상담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겠네요. 얼마나 두렵고 불안했겠어요※
※ 상담자는 치료적 기법으로 적극적인 개입이나 해석을 하지 않고, 내담자의 공포와 두려운 감정을 그대로 반영해 준다. 이 기법은 소극적인 개입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
내담자: ...... 나는 이 꿈을 꾸고 이젠 비 귀신에서 벗어나고 나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냥 내 수준 껏 살면 되는 거예요. 현실이 중요해요. 선생님 뵙고 든든한을 느꼈어요. 나를 평범한 한 인간으로 대해주는 것에 너무 감사드려요. 가끔 선생님 얘기 듣다 보면 종교도 편협하지 않고, 나도 그것 때문에 갈등이 심했는데 동료의식 느끼고요. 나는 변하고 싶어요. 살고싶어요. (한국심리학회 상담 및 심리치료학회 편, 만남과 성장-상담사례연구- 학지사, pp.17-18 참조)
꿈 분석: 이 꿈은 내담자의 비에 대한 기억과 공포스러운 감정에 의한 만들어진 심리몽이다.
먼저, 앞부분에서 ‘남동생과 고추를 따러 밭에 갔다.’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 기억으로 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인출된 것이다.(이같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작화confabulation라고 한다).
중간 부분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여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는 비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감정으로 인하여 이 부분도 작화되었다.
뒷부분 ‘비 맞으면 안 된다면서 창고 안에 들어가 문을 꽉 닫아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에서 꿈 꾼이의 의지적, 인지적 작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내담자가 안심하고 있는 심리적 앵커리지가 생긴 것이다. 판단하건데, 내담자는 심리상담을 받으로면서 과거 트라우마적 사건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