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꿈을 해석해 준다면
그의 하루는 굉장히 명쾌할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꿈 탐색을 가르쳐 준다면
그는 평생 내적 지혜의 근원을 가질 것이다.'―클라라 힐, 〈꿈 치료〉, 7쪽
꿈 해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지 40년 가까이 되었다. 젊은 시절부터 내가 꾼 꿈이 어떤 의미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 당시 처음 만난 책은 한건덕 선생의 〈꿈의 예시와 판단〉이었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고 이후 일생 꿈 연구에 매달렸던 분이다. 그 책은 재미있었다. 꿈속의 해나 별, 조상이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갖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시중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해몽서 수준을 뛰어넘는 책이었다. 그러나 꿈에 관한 지식이 깊어지면서 그의 해석방식이 잘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는 ‘예지몽’ 전문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꿈은 대부분 ‘심리몽’이고 ‘예지몽’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후, 프로이트나 융과 같은 대가의 꿈 분석에 관한 저서에 눈을 돌렸다. 사실, 이들 책은 난해하고 전문적인 용어도 많아 심리학에 지식이 없는 초심자가 읽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꿈 해석에 대한 열정으로 틈틈이 읽었다. 어느 정도 꿈 해석 실력이 쌓이자 나와 가족, 주위 사람의 꿈을 해석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꾼 꿈을 꾸준히 기록했다. 나중에는 꿈꾸는 뇌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밝힌 신경생리학자의 저서들도 공부했다. 이들 책 역시 뇌에 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꿈 해석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책에서부터 점점 어려운 저서로 옮겨 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014년 공직을 마무리할 무렵, 아는 교수 한 분이 꿈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대학원 심리학과 입학을 권유했다. 강의를 듣는 동안 꿈에 관한 이론이나 내용은 조금밖에 다루지 않아 실망했다. 하지만 심리학자의 다양한 관점과 이론을 통해 인간 심리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꿈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상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찾아온 내담자가 꾼 꿈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일반인도 자신의 꿈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유용하겠다고 상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꿈에 관한 이야기를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써보자는 생각으로 붓을 들었다. 2018년부터는 ‘라파엘’이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이야기 꿈의 해석(blog.naver.com/cook8104)에 꿈과 해석 사례를 올리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그동안 꿈에 관해 공부한 내용을 거듭 숙고해 보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독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꿈에 관한 이야기, 역사 그리고 사례 중심으로 서술했다. 프로이트, 융, 펄스, 보스, 프랭클 등 심리학자의 꿈 이론이나 가설은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했다. 신경생리학자의 뇌에 관한 연구 부분도 쉽게 정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분야와 관련해 기초지식이 없는 분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읽기 힘든 부분은 그냥 넘겼다가 나중에 읽어도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둘째, 꿈의 자극원에 의한 유형 분류를 시도했다. 꿈은 촉발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꿈마다 생성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그 의미와 활용방식도 서로 다르다. 이 책 끝부분에 독자가 스스로 해 볼 수 있도록 “꿈 종류의 판단을 위한 간편 자가진단법”을 부록(p.427)으로 넣었다. 셋째, 꿈의 유형 분류에서 제일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이 ‘심리몽’과 ‘예지몽’의 구분이라고 본다. 마지막에 내가 그동안 구분하는 데 활용했던 꿈 분류 기준을 제시했다.
이 책은 독자가 꿈에 관한 지식을 통해 꿈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상되었다. 일반인을 위해 썼지만, 임상 현장에서 꿈과 관련해 이해와 해석이 필요한 심리상담사나 정신과의사에게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꿈 심리에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뒤에 전문용어에 관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 책은 5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꿈의 종류와 정의, 2부는 꿈 해석에 관한 관점이 변화해온 역사, 3부는 자극원에 따른 꿈의 유형 분류, 4부는 꿈의 상징, 재료와 추진력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꿈 해석에 대한 기존 학자의 접근 방법을 요약해 소개하고, 내가 독자적으로 제시하는 체계적 꿈 분석 방법을 사례 중심으로 기술했다.
이 책에서 인용한 꿈은 200개에 달한다. 나, 나의 지인과 내가 상담했던 분들의 꿈도 일부 소개했다. 이 책이 꿈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는 꿈의 비밀을 찾기 위해 노력한 위대한 학자들 덕분일 것이다. 나는 이 거장들의 어깨 위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내가 상담했던 내담자의 꿈들은 사전에 양해를 받고 공개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우선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허락해 주신 나남 조상호 회장님, 편집책임 방순영 이사님과 편집과 교정을 담당한 옥신애 님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조 회장님은 필자에게 많은 유익한 조언을 해주셨다. 또한 바쁜 시간을 쪼개 교정을 봐준 나의 동료 손석창 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책을 집필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과 격려를 해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바친다. 2019년 여름 국 경 복
부록 | 꿈 종류의 판단을 위한 간편 자가진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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