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악몽을 꾸고 힘들어 하신는 분들이 있다. 이 꿈은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스캇 펙이 자신의 책에서 소개한 것이다.

스튜어트는 미국 중서부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완고한 근본주의 목사와 근본주의 어머니의 아들로 자랐다. 중년이 되어서도 심한 우울증을 앓고 심리치료를 시작한 지 수개월 후에 자신의 한 꿈을 고백했다.

“어렸을 때 살던 미네소타의 집이었습니다. 아직도 거기서 어린애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도 지금 내 나이와 똑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밤중에 한 남자가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가 목을 자르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를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답니다. 

고등학교 때 데이트 했던 여자 친구의 아버지였어요. 그게 다예요. 결말도 없어요. 그가 목을 자르려 한다는 것을 알고 두려움에 놀라 깨어난 거죠.”

그는 매우 성공한 엔지니어였으나 안타깝게도 오십대 중반에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범적인 남편에 아버지였으나 정작 자신은 쓸모없고 사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린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죽도록 매를 맞았다. 부모님은 혁대, 나뭇가지, 빗자루, 솔 등등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것으로 나를 때렸다. 하지만, 현실에서 꿈과 같이 목을 조르거나 베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를 치료한 정신과의사 스캇 펙은 이 ‘목 베는 꿈’은 꿈 꾼자의 속죄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스캇 펙(Scott Peck), 최미양 역, 아직도 가야할 길, 율리시즈, 2012, pp.269-274 참조) 

나는 이 꿈을 스캇 펙과 다르게 해석한다. 이 꿈은 부모로부터 받은 육체적 학대가 공포스러운 트라우마 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목을 자르려 한 사람은 사실은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아니라 잔인했던 그의 아버지이다. 

이 꿈에서는 심리적 전치(轉置, displacement)가 이루어진다. 심리적 전치란 문제의 초점이나 대상을 바꿈으로써, 하나의 생각을 수용하기 쉬운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그의 목을 직접 자르려 한다는 상황을 자신의 도덕적 초자아(superego)가 받아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과 부모를 미워하는 데 따른 죄책감의 양가감정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꿈속에서도 아버지가 아닌 여자 친구의 아버지로 전치시켜 극단적인 공포를 피하면서도 도덕적 죄의식과의 타협을 형성시킬 수 있었다(국경복, 꿈, 심리의 비밀, 나남, 2019, pp.108-109참조).